Friday, August 28, 2015

“북한의 변화 원동력은 장마당과 대중문화”

UTS 북한사회동향 학술세미나서 학자들 견해 밝혀

“북한의 스탈린주의적 특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 원동력은 ‘장마당’으로 통칭되는 신흥경제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문화적 변화의 가속화이다”
지난 21일(금) 시드니공대(UTS) 코스모폴리탄 연구소가 주최한 북한사회동향 학술세미나에서 국내외 저명한 북한 전문 학자들은 “시장 경제의 급부상에 맞물린 사회·경제·문화적 요소가 북한의 변화를 적극 자극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호주연구재단(Australian Research Council)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회장 이숙진)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대학생들과 한국학 연구가,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브런윈 달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학자들은 북한의 내재적 변화가 북한 김정은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진단과 함께 내재적 변화의 속도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제시됐다. 
ABC TV가 ‘세계적 한국학 전문학자’로 소개한 안드레이 랭코브 교수(국민대)는 북한의 급진적 변화를 당연시한 반면, 레오니드 페트로브 교수(호주국립대)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변화를 지속하고 있지만 서방세계가 원하는 수준의 정치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랭코브 교수는 “북한의 비공식 ‘지하 문화’가 과거 참혹했던 기아 사태 이후 북한 사회 변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설적으로 보면 북한의 고립은 내부의 안정을 보존하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북한 당국이 주민 통제에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동영상 혁명과 탈북자들을 통해 전달되는 외부 정보, 기타 통신 수단의 발달로 북한의 변화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화여대의 김석향 교수는 “최근 20년간 북한의 사회 경제가 급속한 변화를 거듭했다”며 “이러한 조류 속에 북한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도 크게 변화했고 이는 북한 사회의 변화의 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탈북 여성 130여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통해 북한 여성의 지위 변화에 대한 논문을 준비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거와는 달리 북한 가정에서 돈줄(money master) 역할을 하는 여성의 수가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나름 지하 경제에서 여성의 활동 폭이 커지면서 북한 사회 변화의 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시드니공대 정경자 교수는 북한 여성들의 삶의 변화를 여성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 내용 일부를 소개했으며, 레오니드 페트로브 교수는 북한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중 문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북한 사회 전체의 변화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허인권 기자 ikhur@hoj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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